로봇이 사람 손길 더 잘 읽고 감정도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UNIST 연구진이 돌봄 로봇이나 반려 로봇 같은 소셜 로봇이 진짜 사람이나 반려견처럼 사람과 자연스럽게 교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을 국제 무대에서 선보였다. 디자인학과 이희승 교수팀의 로봇 인지와 표현 기술 연구논문 2편이 국제로봇자동화학술대회(ICRA 2026)에서 채택됐다. ICRA는 국제전기전자공학자협회(IEEE) 산하 로봇자동화학회(RAS)가 주관하는 로봇 분야 최고 권위 국제학술대회 중 하나다. 올해 학회는 지난 6월 1일부터 5일까지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렸다. 소셜 로봇은 그저 사람의 명령을 수행하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과 함께 생활하며 관계를 맺는 존재다. 사용자가 로봇을 살아 있고 친근한 대상으로 느끼려면, 로봇은 사람의 행동을 알아차리고 그에 맞는 반응을 자연스럽게 돌려줄 수 있어야 한다. 정해진 명령에 응답하는 수준을 넘어, 상호작용의 맥락을 읽고 표현하는 능력이 필요한 이유다. 이번에 발표된 두 연구는 이처럼 소셜 로봇이 사람과 더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는 데 필요한 인지와 표현 기술을 각각 다뤘다. 하나는 사람마다 다른 손길 속에서도 터치 행동을 안정적으로 알아차리는 기술이고, 다른 하나는 로봇이 감정을 무조건 크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종류에 맞게 표현 강도를 자동 조절하는 기술이다. ■ 사람마다 다른 손길도 정전식 센서로 잘 구분한다! 사람은 말 뿐만 아니라 손길로도 감정과 의도를 표현한다. 로봇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는 행동에는 관심이나 친근감이 담길 수 있고, 세게 치거나 거칠게 잡는 행동에는 불편함이나 부정적인 반응이 담길 수 있다. 소셜 로봇이 사람과 자연스럽게 교감하려면 이런 손길의 차이를 알아차려야 한다. 문제는 같은 행동도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같은 ‘톡 치기’라도 사람마다 손 크기, 힘의 세기, 움직이는 속도, 터치 습관이 모두 다르다. 기존에는 이런 차이를 줄여 손길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 여러 센서를 촘촘히 붙이거나 복잡한 촉각 장치를 써야 했다. 이는 로봇의 제작 비용과 설계 복잡도를 높이고, 작은 로봇이나 저전력 로봇에 적용하기 어렵게 만든다. 연구팀은 음성 인식 기술에서 해법을 찾았다. 사람마다 목소리는 달라도 같은 단어에는 공통적인 주파수 특징이 남아 있는 것처럼, 손길도 세기와 속도는 달라도 같은 행동에는 반복되는 리듬과 진동이 나타난다고 본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음성 인식에 쓰이는 MFCC을 터치 신호에 맞게 적용해, 사람마다 달라지는 세기나 속도보다 손길마다 반복되는 리듬과 진동을 추려냈다. 실험 결과, 연구팀의 기술은 학습에 쓰지 않은 외부 평가 데이터에서도 약 94%의 찰싹 치기, 손톡 두드리기, 토닥이기, 손으로 잡기 등 6가지 손길을 구분했다. 참가자별 편차를 검증하는 평가에서도 평균 93.0%의 정확도를 보였다. 또 특징 추출과 추론을 한 프레임당 164마이크로초 만에 처리해, 연산 자원이 적은 로봇에서도 실시간 온디바이스 AI로 활용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였다. 제1저자인 김지수 연구원은 “똑같이 친근감을 표현하기 위해 반려견 로봇을 톡톡 두드리더라도 사람마다 손 크기와 힘의 세기가 다르다 보니 손길에 담긴 의도를 제대로 인식하기 어려웠다”며 “이번 기술은 복잡한 촉각 장치 없이도 정전식 터치센서만으로 손길의 차이를 안정적으로 구분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 “과장된 감정 표현하는 소셜 로봇, 지나치면 더 이질감 느껴져” 사람은 같은 감정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표현한다. 살짝 놀랐을 때와 크게 놀랐을 때의 표정과 몸짓이 다르고, 기쁨이나 슬픔도 늘 같은 강도로 드러나지 않는다. 반면 기존 로봇 감정 표현은 감정의 종류를 정해 보여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기쁨, 슬픔, 놀람 같은 감정을 어떤 표정이나 움직임으로 나타낼지는 연구됐지만, 같은 감정을 얼마나 강하게 표현해야 생동감 있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지는 충분히 다뤄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로봇의 감정 동역학 모델에서 감쇠비(Damping Ratio)를 조절해 감정 표현 강도를 5단계로 나누는 방법을 제시했다. 감쇠비는 움직임이 목표 상태에 도달한 뒤 얼마나 출렁이며 안정되는지를 조절하는 값이다. 감쇠비가 낮아질수록 표정, 움직임, 소리의 반응이 더 크게 나타나고, 움직임의 과장 정도인 오버슈트(overshoot)도 커진다. 연구팀은 이 방법을 소셜 로봇에 적용해 분노, 혐오, 공포, 행복, 슬픔, 놀람 등 6가지 감정을 표현하게 했다. 로봇은 화면 속 눈 모양, 바퀴 움직임, 말이 아닌 소리를 함께 사용해 감정을 나타냈다. 참가자 22명은 각 감정을 5단계 강도로 본 뒤, 얼마나 생동감 있게 느껴지는지와 얼마나 자연스럽게 느껴지는지를 7점 척도로 평가했다. 실험 결과, 감정 표현은 무조건 강하다고 좋은 것이 아니었다. 생동감은 대체로 표현 강도가 높아질수록 올라갔다. 특히 ‘놀람’은 강하게 표현할수록 생동감과 자연스러움이 뚜렷하게 높아졌다. 갑작스럽고 큰 반응이 필요한 감정에는 강한 표현이 더 잘 맞는다는 뜻이다. 반면 모든 감정이 같은 결과를 보인 것은 아니다. ‘혐오’는 중간 정도 강도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고, 지나치게 강하면 오히려 자연스러움이 떨어졌다. 분노, 공포, 행복, 슬픔도 평균적으로는 중간 단계에서 자연스러움이 높고, 너무 강한 표현에서는 점수가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제1저자인 박하은 박사는 “로봇이 단순히 감정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어떤 감정은 강하게, 어떤 감정은 차분하게 표현해야 사람에게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는 연구”라고 설명했다. 이희승 교수는 “소셜 로봇이 사람과 자연스럽게 교감하려면 사람의 손길을 알아차리는 능력과 상황에 맞게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이 함께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돌봄 로봇, 교육용 로봇, 반려 로봇처럼 사람과 가까이 지내는 로봇을 친근한 상호작용 대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