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시론] AI시대의 창업,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
창업문턱 낮아진만큼 경쟁 치열
대체불가 독창적인 가치 만들어
작지만 명확한 고객집단 겨냥을
‘경쟁하지 말고 독점하라’. 시장경쟁을 해치고 독점기업의 횡포를 옹호하는 말처럼 들리지만, 페이팔 창업자 피터 틸(Peter Thiel)의 창업방법론을 다소 도발적으로 표현한 문구다. 그의 저서 <제로 투 원(Zero to One)>에 나오듯이, 진정한 창업은 남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것을 더 잘하려는 경쟁에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것을 만들어 ‘독점’의 영역을 창조하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위대한 기업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창업했다. AI 시대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이 한 번 쯤 고민해봐야 할 창업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창업 즉, 아이디어를 사업으로 만드는 과정에는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해왔다. 아이디어를 실제로 사업화시킬 수 있는 실행역량, 이를 위해 제품개발, 마케팅, 유통, 자금조달 등 보완적 자산이 필요하고 또한 이를 수행하기 위한 인력과 조직이 필요했다. 그리고, 사업화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규모 키우기(scale-up) 과정에서 유사한 제품과 서비스와의 경쟁을 거치게 되고, 경쟁 전략(competitive strategy) 즉, 시장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계획과 실행이 중요했다. AI 시스템의 발전과 확산은 이러한 창업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고도화되는 AI 시스템의 도움으로 아이디어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시제품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텍스트, 이미지, 영상이 결합된 콘텐츠를 빠르게 생성해 내고,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 배포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게 되었다. Al 활용을 통하여 시장 조사, 제품 설계, 코드 개발, 마케팅 모든 사업의 과정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AI 에이전트들이 서로 협력하여 시장 데이터를 분석하고 유망한 상품을 제안하고, 고객의 취향을 예측하며, 광고와 고객지원을 자동화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이를 위해 상당한 자원, 인력과 조직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개인과 소규모 조직도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AI는 단순한 도구를 넘어, 창업자의 디지털 동료로서, 개인 창업자가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한다. 그런데 AI 기술의 활용은 창업의 문턱을 낮추는 만큼, 창업기업 간의 경쟁도 더 치열하게 만든다. 누구나 빠르게 제품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유사한 서비스가 동시에 등장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과거에는 실행 능력이 차별화 요소였다면, 이제 실행 능력 자체가 그리 희소하지도 않고 모방도 어렵지 않게 될 것이다.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AI 시대, 그렇다면 창업은 어떠해야 하는가? 피터 틸의 사고방식을 따라 보자면, AI 시대 창업의 방향은 독창적 문제 정의를 통하여 ‘0에서 1’의 영역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미 만들어진 시장에서 경쟁하기보다는, 작더라도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영역을 새로이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작은 독점(small monopoly)’ 방식이라 할 수 있다. 특정 고객군의 불편과 요구사항을 깊이 이해하여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는 제품·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특정 산업의 복잡한 업무 흐름, 특정 사용자 집단의 반복적인 불편, 혹은 기존 시스템이 간과해온 미세한 요구를 발견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초기에는 규모는 작지만 명확한 고객 집단을 대상으로, 누구도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만들고,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 범용화된 AI 기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대일수록, 이렇게 새로운 영역을 정의하고 집중하는 방식이 한층 더 중요해진다. 과거에는 제품을 완성하고 나서 시장에 출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AI 시대에는 완벽한 제품보다 빠른 실험이 중요해졌다. 작은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현하고, 시장 반응을 통해 학습하며,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과정이 핵심이다. 이는 완성이 아니라 진화를 중심으로 한 창업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AI 시스템의 발전과 확산은 창업의 기회를 풍성하게 함과 동시에, 진입장벽의 하락과 경쟁의 심화도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창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과 함께, 남들이 보지 못했던, 자신 만의 문제를 정의하는 통찰력이 중요하다. AI 시대의 창업자는 결국 창업의 기본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디에서 나만의 독창적인 가치를 만들 것인가? 김영춘 UN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본 칼럼은 2026년 7월 28일 경상일보 “[경상시론]AI시대의 창업,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자”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