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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다던 촉매, 반응 중 모양 바뀐다.. "촉매 입자 올려진 결정면이 모양 좌우"

UNIST·서울대, 지지체의 결정면이 백금 입자 구조를 변화시켜 촉매 성능을 좌우하는 현상 규명
귀금속 백금 적게 쓰는 고성능 촉매 개발 설계 원리 ... Nat. Commun. 게재

  • 연구
  • 양윤정
  • 2026.09.23
  • 2584

변하지 않는다던 촉매, 반응 중 모양 바뀐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은 촉매를 ‘반응 속도를 높이지만 그 과정에서 소모되지 않는 물질’로 정의한다. 하지만 소모되지 않는 촉매 입자라도 반응 중에 그 모양은 바뀔 수 있는데, 이 모양 변화와 촉매 성능이 귀금속 촉매 입자가 올려진 지지체의 단면에 따라 바뀐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귀금속 촉매 입자를 적게 쓰면서도 고성능을 내는 촉매 설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안광진 교수팀과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한정우 교수팀은 백금을 올려놓는 지지체의 결정면(facet)이 반응 전후 백금 입자의 형태를 좌우해 촉매 성능을 높인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7일 밝혔다.


백금(Pt) 촉매는 배기가스 정화부터 수소 연료전지까지 다양한 화학반응에 쓰이는 물질이다. 나노미터 크기로 잘게 만든 백금 입자를 이산화티타늄 같은 지지체 위에 올린 형태로 쓴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일산화탄소를 이산화탄소로 바꾸는 데 필요한 활성화에너지는 백금을 이산화티타늄의 (101) 결정면에 올렸을 때보다 (001) 결정면에 올렸을 때 더 낮았다.결정면은 결정성 물질에서 특정 방향으로 드러난 표면을 말한다. 사과를 자르는 방향에 따라 단면에 보이는 씨와 과육의 모양이 다르듯, 결정성 물질도 표면이 드러난 방향에 따라 원자 배열이 달라진다.


연구팀은 이처럼 결정면마다 다른 원자 배열이 백금 입자의 초기 모양뿐만 아니라, 반응 중 구조가 바뀌는 방향까지 좌우해 활성화에너지 차이를 만드는 것으로 분석했다. 활성화에너지가 낮을수록 반응이 더 쉽게 일어난다.


실제 분석 결과, 이산화티타늄의 (001) 결정면에서는 백금이 물방울처럼 넓게 퍼진 반구 형태로 붙었다. 일산화탄소와 반응이 시작되면서 백금 입자의 표면이 거칠어지고 모양이 일부 변한 뒤에도 이산화티타늄과 넓게 맞닿은 구조는 유지됐다. 이 덕분에 첫 반응을 거친 뒤에는 일산화탄소를 이산화탄소로 바꾸는 데 필요한 활성화에너지가 처음보다 22.7~25.6% 더 낮아졌다.


반면 (101) 결정면에서는 백금이 공처럼 뭉친 입체 형태로 붙어 지지체와 맞닿는 부분이 좁았고, 반응 시작된 뒤에는 원자 배열이 더 정돈된 각진 입체 형태로 재배열됐다. 반복해서 반응시켜도 활성화에너지는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전자현미경과 X선 흡수분광법으로 반응 전후 백금 입자의 모양과 주변 원자와의 결합 상태를 비교하고, 반응물이 생성물로 바뀌는 과정과 지지체 표면의 산소가 반응에 쓰였다가 다시 채워지는 과정을 상압 X선 광전자분광법과 같은 실시간 분광 분석으로 추적해 이를 밝혀냈다.


시뮬레이션 계산에서도 (001) 결정면 위의 백금이 지지체와 넓게 맞닿는 구조로 안정되면서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 장벽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광진 교수는 “촉매는 반응 중 자신은 변하지 않으면서, 반응은 활성화 시켜주는 물질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는 소모되지 않을 뿐 작동 중에는 형태와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며 “ 정교하게 설계한 모델 나노 촉매와 첨단 분석법을 통해 이러한 변화를 추적함으로써, 반응 중 촉매가 어떻게 달라질지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새로운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백금은 에너지·화학산업에 필수적이지만 값비싼 귀금속 촉매”라며 “이번 연구에서 얻은 설계 원리는 적은 양의 백금으로도 반응성과 내구성을 높여 경제성을 확보하는 촉매 제조 기술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한국화학연구원 윤신명 박사가 공동 교신저자로, UNIST 김지훈 박사, 서울대학교 김윤경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무탄소에너지를 활용한 e-SAF 생산 핵심기술 및 AI 기반 공정 시스템 개발)의 연구비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8월 8일 자로 온라인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