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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 싱크] AI 시대, 조직의 진짜 자산은 '통찰'이다

개인 판단·직관, 조직 핵심 통찰 자산 전환해야
성공·실패 맥락, AI 협업 거쳐 집단지성 축적돼

  • 기고
  • 범수균
  • 2026.09.03
  • 1256

[리더스 싱크] AI 시대, 조직의 진짜 자산은 '통찰'이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자료를 보유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지 않다. 


사람이 오랜 경험을 통해 축적한 판단과 직관, 성공과 실패의 이유를 얼마나 잘 조직의 자산으로 전환하느냐가 중요하다. 


이제 기업과 기관은 사람의 경험을 단순히 기록하는 데서 벗어나 공동체와 AI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통찰 자산(Insight Capital)'으로 만들어야 한다.


많은 조직이 오랫동안 지식경영을 추진해 왔다. 업무 매뉴얼을 만들고 보고서를 축적했으며 지식관리시스템도 구축했다. 그런데도 베테랑 직원 한 사람이 퇴직하면 "그 사람이 빠지니 업무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문서는 남아 있지만 정작 중요한 노하우는 사람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가 주로 '무엇을 했는가'를 기록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 노하우는 '왜 그렇게 판단했는가'에 숨어 있다.


가령 정보보안 전문가가 "이런 경보는 로그 하나만 보면 안 된다. 발생 시간과 사용자의 직전 행동을 함께 봐야 한다"고 조언한다고 하자. 이를 단순한 경험담으로 남기면 한 사람의 조언에 그친다. 


반면 어떤 상황에서 무엇을 관찰했고 어떤 기준으로 판단했으며 어떤 조치를 취했고 결과와 예외는 무엇이었는지를 구조화하면 개인의 경험은 누구나 재사용할 수 있는 지식으로 바뀐다.


AI 시대에는 '사실 데이터' 못지않게 '판단 데이터'가 중요하다. 일반적인 지식과 정보는 이미 AI가 방대한 수준으로 학습하고 있다. 반면 우리 조직이 어떤 문제를 겪었고 담당자가 무엇을 이상 신호로 보았으며 왜 특정 결정을 내렸고 그 결과가 성공이었는지 실패였는지는 그 조직만이 가진 고유한 자산이다.


전문가들이 흔히 "보면 느낌이 온다", "평소와 조금 다르다"고 말하는 대목도 중요하다. 그 '느낌' 속에는 시간과 빈도, 사건의 순서와 속도, 정상 패턴과의 차이, 과거 사례와의 유사성 같은 수많은 판단 근거가 숨어 있다. 이러한 직관을 관찰 가능한 신호와 판단 기준으로 바꾸는 것이 바로 암묵지를 자산으로 만드는 과정이다.


물론 한 사람의 경험을 곧바로 정답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동료들의 반례와 예외 사례, 다른 해결 방법이 더해지고 AI가 이를 비교·분석할 때 개인의 노하우는 비로소 공동체의 지혜로 발전한다. 성공 사례뿐 아니라 실패한 판단도 함께 남겨야 한다. 무엇을 잘못 판단했고 왜 실패했는지가 축적되면 AI는 단순한 검색 도구를 넘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돕는 학습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조직은 경험을 '경험→지식→구조화된 데이터→집단지성→AI 협업→새로운 통찰'로 순환시키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처음부터 거대한 AI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는 없다. 회의와 장애 대응, 사업 수행 과정에서 나온 경험을 일정한 형식으로 남기고 동료가 검증한 뒤, AI가 공통 패턴과 예외를 찾아내도록 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기업에는 금융자산, 인적자산, 지적자산이 있다. 이제 여기에 '통찰 자산'을 더해야 한다. 사람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상황 판단 능력과 실패 경험, 직관과 패턴 인식, 의사결정 노하우를 조직이 지속적으로 재사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만드는 것이다. 


AI 시대의 지식경영에는 새로운 원칙이 필요하다. 경험만 저장하지 말고 판단을 저장하라. 지식만 저장하지 말고 관계를 저장하라. 정답만 저장하지 말고 결과까지 저장하라.


앞으로 강한 조직은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진 조직이 아닐 것이다. 자신의 경험에서 가장 잘 배우고 그 배움을 다시 공동의 통찰로 축적하는 조직이 AI 시대의 진정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범수균 UNIST 정보보안팀장·이학박사


<본 칼럼은 2026년 9월 3일 울산신문 “[리더스 싱크] AI 시대, 조직의 진짜 자산은 '통찰'이다”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